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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희의 작가산책 – 시인 나희덕의 ‘그 말이 잎을 물들었다’

 

 

2001년 8월 30일-시인 나희덕의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제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먼 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

나를 뚫고 오르렴

눈 부셔 잘 부스러지는 살이니

내 밝은 피에 즐겁게 발 적시며 뻗어가려므나

-나희덕의 시 ‘뿌리에게’ 중에서

 

교사이면서 시인인 그녀는 청순한 여학생 같았습니다. 그것도 요즘말로 ‘엄친딸’에 속하는 아주 귀티나는 모범생 같은 표정으로 말이지요.

하지만 그녀의 성장기는 그리 평탄하지 않았던가 봅니다. 보육원에서 태어나 대학에 갈 때까지 그곳에서 자랐습니다. 어머니가 보육원 총무일을 보고 계셨기 때문이지요.

그녀의 어머니는 일찍이 부산사범학교를 다니던 수재였는데 기독교에 심취해 산속 공동체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아버지를 만나 결혼했습니다.

철저한 기독교 정신 안에서 사신 어머니는 그녀를 보육원의 수많은 고아들과 자신의 딸을 똑같이 대했답니다. 그녀는 20년 동안 보육원에서 살며 핵가족이 아니라 공동체 생활을 했습니다. 압력솥의 밥은 먹어보지 못하고 군대식 찜통 밥을 먹으며 밖에서는 보육원 아이이고 안이서는 총무의 딸로 왕따를 당했답니다.

그런 성장과정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참아내는 힘과 다른 물에 적응하는 힘을 기르게 되었고, 그게 작가의 밑거름이 되었답니다. 그래서 그녀의 시에는 헌신과 모성과 따뜻함이 배어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989년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등단한 그녀는 그 후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 곳이 멀지 않다’ 등 시집을 내고 김수영 문학상, 이산문학상, 오늘의 젊은 문학상 등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6살 때 고속도로 옆 작은 그녀의 집에서 끝없이 이어진 도로를 바라보다가 ‘길 끝엔 무엇이 있을 까! 저 많은 차들은 어디로 갈까!’ 하는 호기심에 혼자 고속도로를 따라갔답니다. 마침내 인터체인지를 만나 서로가 엉킨 도로를 보고 여기가 끝인가! 하고 되돌아 왔다는 그녀는 시는 ‘마음의 일탈에서 벗어나서 보는 눈’이라고 정의합니다.

 

‘자식이 너무 많으신 우리 어머니/나의 어머니라고 고집부리고 나면/왠지 미안해 지는 우리 어머니’같이 그녀의 따뜻한 시세계에 빠져드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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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 2017-10-27T12:50:33+00:00 10월 27th, 2017|Categories: indieN|2 Comments